2025년 3월 24일, 서울시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제)을 재지정하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은 다시금 정책 변화의 한가운데에 섰다. 이번 조치로 인해 해당 지역 내 아파트를 매수하려면 관할 구청장의 허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무주택 요건 충족, 기존 주택 처분, 실거주 의무 등 다양한 조건이 부여된다. 특히 아파트 취득일로부터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는 조항은 투자 수요를 사실상 차단하는 효과를 지닌다.
정책의 방향은 분명했다. 급등세를 보이던 특정 지역의 주택가격을 제어하고, 단기 수익을 노린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시행 이후의 시장 반응은 정책 의도와는 다소 엇갈렸다. 오히려 일반 매매 대신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경매시장’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며,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치솟고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지게 됐다.
토지거래허가제란?
토지거래허가제는 특정 지역 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일정 면적 이상의 부동산을 매입하려면 구청장의 허가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무주택자 요건, 기존 주택 처분, 실거주 의무 등의 조건을 따라야 한다.
2025년 기준으로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는 토허제 적용을 받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사람은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여야 하며, 취득일로부터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이는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실거주가 어려운 투자 수요를 구조적으로 억제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일반 매매’에만 적용된다. 법원 경매로 주택을 취득할 경우, 해당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상 경매는 일반 매매가 아닌 공적 절차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매는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합법적 통로가 되고 있다.
경매로 몰리는 투자 수요, 과열 신호
토허제 시행 이후, 규제를 피해 경매시장으로 몰리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경매로 아파트를 낙찰받으면 실거주 의무가 없고, 전세나 월세로 임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 여력이 충분한 투자자라면 단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더욱 선호되는 구조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와 서초구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의 아파트 경매에는 수십 명의 응찰자가 몰렸고, 감정가보다 수억 원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2025년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7.5%를 기록하며 3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평균 응찰자 수도 10.6명으로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꼼수 경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채권자와 채무자가 담합해 고의로 임의경매를 발생시키고, 매수 희망자가 이를 직접 낙찰받는 방식으로 실거주 의무 등 규제를 피하려는 시도를 한다. 형식적으로는 법적 문제는 없지만, 정책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규제의 사각지대와 형평성 논란
토허제가 아파트에만 적용된다는 점 역시 시장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 같은 단지, 같은 생활권 안에서도 연립주택이나 오피스텔, 주상복합 일부는 규제를 받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같은 건물 다른 규제’라는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은 총 32개 동 중 21개 동은 아파트로 분류돼 규제 대상이지만, 나머지 11개 동은 연립주택으로 등록돼 있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초구 ‘타워팰리스 1차’는 22층 이상은 아파트로 규제 대상이지만, 20층 이하 구간은 오피스텔로 분류돼 규제를 받지 않는다. 위례 신도시처럼 생활권은 같지만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규제 여부가 갈리는 사례도 있다.
또 다른 사각지대는 보류지다. 보류지는 재건축 조합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으로, 규제 대상이 아니다. 최근 서초구 ‘메이플자이’ 보류지 29채는 분양가의 두 배에 가까운 고가에도 매각이 진행됐고, 이는 규제를 피한 수요가 이 시장에 집중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수요자에게 돌아온 역차별
이러한 구조는 결국 실수요자에게 더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아파트를 정상적인 절차로 매입하려는 사람들은 실거주 의무, 무주택 요건, 각종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자금력이 있는 투자자들은 경매나 규제 예외 유형의 주택을 통해 자유롭게 매수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정책의 취지가 실수요자 보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실수요자는 더 많은 제약을 받고, 자산가들은 우회 경로를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되는 정책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정책은 원칙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적용의 일관성과 형평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효성은 약화되고, 시장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규제가 아니라, 더 정교한 설계다. 규제를 피해가는 사각지대를 줄이고, 동일 기준 아래 공정하게 적용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진정한 실수요자 보호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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