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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부

전세의 월세화, 원인과 해법을 알아보자

by momstudyeconomics 2025. 4. 12.

 

전세의 월세화
전세의 월세화

한국의 대표적 주거 임대 제도였던 '전세'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전세사기 사건의 여파,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하와 같은 복합적 요인들이 맞물리며 월세 전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비아파트 중심의 월세 비중은 이미 70%에 달하며,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에서는 고액 월세 계약이 급증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전세제도의 역사부터 최근의 변화까지 다각도로 짚어보고, 전세의 월세화가 왜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그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전세 제도의 역사와 구조적 특징

전세는 일정 금액을 집주인에게 맡기고 일정 기간 거주하는 한국 고유의 주택 임대 방식이다. 영어로도 ‘Jeonse’로 표기할 만큼 독특한 형태로, 스페인,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도 유사 제도가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만큼 광범위하게 활용되지는 않는다. 전세의 기원은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서울 인구가 급증하며 자연스럽게 발생한 '셋방살이' 문화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1970년대 경제 성장기에 전세 제도는 본격적으로 정착된다. 당시 은행은 기업 위주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었고, 서민들은 금융 접근성이 낮았다. 이에 따라 집주인들은 목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글세보다는 일시금으로 큰 돈을 받을 수 있는 전세를 선호했고, 세입자들 역시 낮은 이자로 전세금 마련이 가능했기 때문에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전세는 일종의 사금융 역할을 하며 주거 사다리로 기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러한 전세의 기반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낮아진 예금금리, 대출 규제, 부동산 시장 불안정성 등으로 인해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월세로 이동하고 있으며, 전세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급격히 늘어난 월세 비중과 주요 원인

최근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전국 주택의 월세 비중은 57.6%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년 평균(46.2%)을 크게 웃도는 수치이며, 특히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주택의 월세 비중은 69.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44.8%였고, 이는 전세의 월세화가 비아파트 중심으로 더 급격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2월에 발표된 국토부의 ‘1~2월 전·월세 신규 거래 통계’에서는 월세 비중이 61.4%로 나타나며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수치는 2021년의 41.7%에서 2024년 57.5%를 거쳐 불과 4년 만에 20%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서울의 비아파트 월세 비중은 76.1%, 지방은 82.9%에 이르는 등 지역별로도 월세화 현상이 뚜렷하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전세사기 사건의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 사례가 확산되면서 세입자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임대 시장의 구조 자체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전세대출 규제, 수도권 신축 아파트 입주 감소, 전셋값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월세 수요를 더욱 자극했다.

고액 월세 확산과 서민 주거 위기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월세 금액 자체도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의 2024년 1월 기준 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의 평균 월세는 60만9천 원, 평균 관리비는 7만8천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1%, 8.3% 올랐다. 실질적으로 청년층이나 사회 초년생의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또한 서울 아파트의 경우, 2023년 기준 전체 월세 계약 10만여 건 중 100만 원 이상 고액 월세는 약 39,000건으로 전체의 38%에 달했다. 2020년에는 이 비중이 29.3%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3~4년 사이 고액 월세 비율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300만 원 이상 월세, 심지어 500만 원을 초과하는 초고액 월세 계약도 꾸준히 늘고 있어 주거비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한편, 공급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2023년 1~11월 기준 전국 비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8천여 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7.7% 감소했다. 수요는 꾸준한데 공급은 줄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월세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예금 금리 하락으로 인해 집주인들도 전세보다는 월세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부동산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59%가 "2025년에도 월세는 계속 오를 것"이라 답해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한국의 전세 제도는 오랜 시간 동안 서민 주거의 핵심 기반이었지만, 현재는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전세사기, 대출 규제, 금리 변화 등 다양한 요소들이 전세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특히 비아파트 주택을 중심으로 고액 월세가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정부의 땜질식 개입보다는 구조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월세 전환이 불가피하다면, 그 속도와 방식에서 서민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연착륙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